김재중 / Kim, JaeJung

또 다른 삶

락스냄새 가득한 수영장
 
옷 벗고 있기는 쉬워도
 
옷 입고 있기는 힘든 곳.
 
여느 건물 지하주차장을 들어서면서 맡게 되는 락스냄새에
 
옷을 벗고 싶어지는 그런 곳.
 
물만 보면 옷 벗고 뛰어들고 싶어지는 충동같은 삶.
 
그것이 내 삶이었다.
 
16년이던가?
 
잘 기억도 안 난다.
 
내게 수영이라는 의미가 주어졌던 삶이라는 것이.
 
수영대회 촬영의뢰를 받고 찾아간 수영장.
 
수영광고를 위해서 찾아간 수영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.
 
한 때는 사람들을 이끌고 리더로서 참여했던 수영대회에서
 
참가한 사람들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사진작가로서 존재했던 그 시간.
 
수영강사, 수영전문가, 수영사이트 운영자, 수영 심판, 수영동호회 운영자
 
나 김재중 앞에 붙어 있던 수식어에는 항상 수영이라는 것이 붙어 있었다.
 
심지어 수영심판 자격시험을 본 당일에 수험자인 동시에 채점자로 존재했었다.
 
내게 수영을 배우러 찾아온 현직 수영강사들로부터 훗날 수영강사가 된 사람들.
 
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내게 그 당시 새로운 영역일 수 있었던 인터넷사업에 대해서 대학 강의를 나오라 제의한 사람.
 
투잡에 대한 개념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여러 잡지에 소개되었던 시절들.
 
맨땅에 헤딩하면서 뒷목에 힘을 좀 주게 되었던 시절들.
 
수영광고 촬영 중에 만난 국가대표 상비군 선수모델이 내가 만든 자료를 통해서 수영을 배웠다고 말하는 그때 그 시절들.
 
항상 내 삶에는 좋아하는 일 한다는 표현이 붙었지만
 
나는 좋아하는 일보다는 내가 잘하는 일들을 쫓아 살아왔다.
 
어느덧 나는 수영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아닌 사진작가 김재중으로 그 자리에 섰다.
 
상당기간의 침체기를 거친 뒤에 서게 된 그 자리에 나를 알아볼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많았다.
 
그 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알아보는 이는 관계자를 제외한 불과 한 두 명.
 
물론 참 많은 세월이 지나기도 했고 18키로의 체중을 빼버린 내 변한 모습에
 
나를 알아챈 그 몇 사람마저도 혼돈스러워 했다.
 
하지만 그들도 나를 더 이상 수영전문가로 보지 않았다.
 
그저 사진작가로 보았다.
 
내 이마빡에 사진작가라고 쓰여 있는 것도 아니고
 
내가 장비설치해서 따로이 내 무대를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었는데
 
나와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로부터 내 사진을 보지도 못한 사람들로부터
 
"작가님"이라는 칭호를 들었다.
 
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"사장님"보다는 "작가님"이라는 칭호가 더 익숙해졌다.
 
나름의 마케팅 감각도 좋고, 사업수완도 좋고,
 
여러 가지의 전략적 수단도 좋은 "사장님"에서
 
"작가님"으로 변모한 내 모습이 참 새롭게 느껴진 날이었다.
 
참 많은 것들을 잃고, 얻고, 벌고, 쓰고, 취하고, 버리고, 다시 얻어지고, 잃어가기를 반복한
 
내 인생에 있어 결코 지울 수 없는 수영이라는 삶이 오늘은 새로웠다.
 
나보다 수영영법도 국제수영연맹규정도 모르는 심판들 틈에서
 
그냥 나는 사진작가의 내 노릇을 했다.
 
가슴에는 스텝아이디 카드로 받은 심판용 아이디카드를 매달고는.
 
사실 나는 오늘도 수영이라는 것을 놓지 못하고 있다.
 
어쩌면 내 인생에서 결코 놓지 못할 것인지도 모른다.
 
11년의 시간동안 내 인생을 투자하면서 수영계의 큰 획을 그었다고 자부했지만
 
지금은 그 획이 있었던 듯 없었던 듯 싶은 희미한 안개낀 날의 수평선 같은 느낌이다.
 
결코 놓지 못한 그 끈을 두고는
 
한 잔 술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.
 
항상 어디로 튈지 나도 모르는 내 글들처럼
 
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삶의 연속선이다.
 
글/사진 김재중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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