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재중 / Kim, JaeJung

독감같은 독감(獨感)

엊그제 폭우속에서 찍어둔
 
독감같은 독감(獨感)의 사진들을 들여다 볼 수록
 
독감의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.
 
며칠째 그 사진들을 외면한 채로
 
오늘은 한가로운 고독의 오후를 보내고 싶어
 
밖으로 기어나왔건만
 
어느 하나 반겨주는 이는 기대하지도 않았고
 
어느 한 곳 반겨주는 곳조차 없다.
 
담배조차 속 시원히 피울 수 없는 공원도
 
억눌린 가슴마냥 못마땅하고
 
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
 
소주 한 병 들이키고 잠들었던
 
어제 새벽 4시에 전화걸어
 
"자느냐?"고 확인하던 친구네 집앞 공원 벤치
 
아니 나무계단에 고독해보이려 폼나게 걸터앉아
 
친구에게 전화를 할까말까 고민중이다.
 
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지겠지?
 
고독한 남자가 멋져보인다니
 
폼나게 앉아서 책이나 좀 더 읽다가
 
술먹자 깨워야겠다.
 
이 올빼미 족속!
 
이라고 쓸때까지만 해도 낭만이 있었다.
 
결국 새벽 6시까지 내달렸다.
 
독감 바이러스 같은 뻘짓들을 해대면서......
 
글/사진 김재중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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