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재중 / Kim, JaeJung

너 떠난 빈자리

컴퓨터가 고장났다.
 
공장에 들여보냈다.
 
워낙에 사양이 높아서 다른 부품으로 테스트조차 하기 힘들다
 
요즘에는 굳이 내가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
 
그냥 공장으로 들고 가 버린다.
 
분명한 해답이 나올 것을
 
굳이 귀찮아서 또는 컴퓨터가 없어서 시간을 버려야 할 것 때문에
 
혼자서 끙끙거리며 분해와 조립을 해보았지만
 
그냥 라끄베르와 상의하는게 훨씬 빠르고 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.
 
컴퓨터를 들어낸 빈자리에는
 
그 컴퓨터에 꽂혀있던 수많은 케이블들이 내 맘처럼 남아있다.
 
30인치 모니터 두 대 (sheilded dual DVI케이블 2)
 
LCD프로젝터와 로봇암으로 매달아 놓은 모니터 (RGB 케이블)
 
5.1ch 디지털 오디오에 연결된 스피커 6개와 (광케이블/SPDIF)
 
진공관앰프로 연결된 스피커 4개 (아나로그 스테레오 케이블)
 
어르고노믹 트랙볼 마우스 (USB)
 
어르고노믹 키보드 (USB/PS2)
 
사진출력용 프린터 (USB)
 
마이크 2개 (3.5/5.5)
 
팩스모뎀 (전화선)
 
휴대폰 인터페이스 (USB)
 
레이져프린터 (USB)
 
칼라레이져프린터 (USB)
 
카메라 인터페이스 (USB / IEEE1394)
 
비디오 카메라 인터페이스 (IEEE 1394)
 
...
 
그냥 단순히 컴퓨터 이상의
 
"시스템"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많은 일을 하는 녀석이다.
 
그런데 그 녀석이 빠지고 나니..
 
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.
 
그리고는
 
그 자리에 쓸쓸함만이 남아있다.
 
글/사진 김재중 (zzixa.net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