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재중 / Kim, JaeJung

질겅질겅

점점 애처롭게 말라가는 손에는
 
낡아빠진 책 한 권 쥐고
 
점점 밑바닥을 드러내는 머리에는
 
고독한 척 중절모 하나 얹고
 
고독을 질겅질겅 씹어보려 했건만
 
서너 가족쯤으로 보이는 인간무더기가
 
하필 고독 씹는 내 옆으로 와서는
 
시끌벅적 떠들어댄다.
 
결코 알고 싶지 않은 그들의 인간사가 들려온다.
 
냄새나는 구두밑창 같은 고독조차
 
질겅거리기 쉽지 않다.
 
세상 이 따위 인거지?
 
글/사진 김재중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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