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재중 / Kim, JaeJung

그 자리

담배 한 갑 사러 밖을 나섰습니다.
 
느닷없이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.
 

그저 쓸쓸한 가지만 매달고 비어진 사이사이로
 
앙상한 바람 스치던 그 나무가
 
초록잎새들 가득 매달고
 
뚱뚱한 바람 감싸 안고 있습니다.
 

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
 
커다란 숲이 되어 버렸습니다.
 

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
 
자그마한 사랑도 있으면 좋겠습니다.
 

글/사진 김재중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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